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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합일보] 꽃보다 땅 같은 친구, 그 진정한 ‘우정의 온도’

  •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 입력 2025.11.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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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잘 나갈 때, 명예와 부를 가졌을 때, 내 곁을 찾아와 웃음을 나누던 사람들. 어려움이 닥치면 서늘하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다.


[한중연합일보 이창호 기자] 불교 경전 패경초(貝經抄)에는 인간관계를 네 가지 친구로 구분한 대목이 있다. 꽃같은 친구 화우(花友), 저울같은 친구 칭우(稱友), 산같은 친구 산우(山友), 그리고 땅같은 친구 지우(地友).

 

짧지만 이 네 단어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만한 통찰이 담겨 있다.

 

친구 포스터.png
영화 '친구' 포스터

 

먼저 화우는 말 그대로 꽃과 같은 친구다.

 

꽃은 피어 있을 때는 화려하고 향기로워 많은 이의 눈길을 끌지만, 지고 나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화우란 그런 친구다.

내가 잘 나갈 때, 명예와 부를 가졌을 때, 내 곁을 찾아와 웃음을 나누던 사람들. 어려움이 닥치면 서늘하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내 성공의 향기에 끌렸을 뿐, 내 존재의 뿌리에는 관심이 없다.

화우는 인생의 봄날에만 피는 인연이다.

 

두 번째, 칭우는 저울처럼 기우는 친구다.

 

저울은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느냐에 따라 기울어진다.

칭우 또 이익의 무게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마음이 바뀌고, 필요할 때만 손을 내민다.

겉으로는 우정이라 말하지만 그 속은 거래에 가깝다.

 

칭우는 인생의 풍요로움보다는 공허함을 남긴다.

그들은 인간관계를 함께 나눔이 아니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한다.

 

친구 사진.png

 

세 번째, 산우는 산과 같은 친구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멀리서 보면 듬직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생명을 품은 쉼터가 된다.

산우는 그런 존재다.

 

오랜 세월 함께하지 않아도, 다시 만나면 어제 본 듯 편안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 한켠이 따뜻하다.

 

산우는 인생의 풍파 속에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마지막으로 지우는 땅과 같은 친구다.

 

땅은 모든 생명을 품고, 가리지 않고 길러낸다. 더럽혀져도 불평하지 않고, 밟혀도 묵묵히 생명을 싹틔운다.

 

지우는 그런 사람이다.

조건 없이 내 곁에 머물며, 잘나갈 때나 힘들 때나 변함없이 응원한다.

 

나의 허물조차 덮어주고, 내 슬픔을 자기 일처럼 안아주는 이.

그가 바로 진정한 친구다.

 

지우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걷는 사람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젊을 땐 화우나 칭우의 인연이 더 많다.

 

화려한 관계, 빠른 호흡, 즉흥적인 유대 속에 우리는 쉽게 웃고 쉽게 멀어진다.

 

세월이 흐르고 인생의 고개를 몇 번 넘으면, 남는 것은 몇 되지 않는다.

 

 

이창호_서울대.jpg
이창호(李昌虎,65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중국 하미대 종신교수,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진짜 친구는 많지 않아도 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땅 같은 친구면 충분하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는 단순한 벗이 아니라 삶의 버팀목이 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허물없는 웃음을 나누며,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 후반의 행복이다.

 

하지만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

 

친하니까 괜찮겠지라는 말이 가장 위험하다.

 

친밀함 뒤에는 존중이 있어야 하고,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친구는 소유가 아니라 존중으로 이어지는 인연이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는 빠르게 변한다.

SNS로 수백 명의 지인을 맺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대화를 나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외로움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 시대는 관계의 과잉속에서 진심의 결핍을 앓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지우의 가치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

 

묵묵히 곁을 지키는 사람, 계산하지 않는 마음, 조건 없는 신뢰.

그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가 잃어버린 인간의 온도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지탱하는 것은 성공도, 명예도 아닌 진정한 친구다.

누군가의 삶 속에 내가 지우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 또한 복된 일이다.

 

꽃처럼 피었다 지는 인연이 아닌, 땅처럼 묵묵히 남는 관계.

그것이야말로 오래된 우정의 향기이며, 인간다운 삶의 흔적이다.

 

오늘 하루, 잠시 멈추어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친구를 곁에 두고 있으며, 나는 오늘 누구에게 어떤 친구인가.

 

그리고 다짐한다.

누군가의 삶 속에서 땅과 같은 친구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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