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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칼럼] 고당 조만식의 민족관, 오늘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 입력 2026.09.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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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합일보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고당 조만식 선생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실천적 민족지도자였다.

 

그는 민족을 관념이나 구호로만 말하지 않았다. 교육으로 사람을 일으키고, 경제적 자립으로 민족의 기반을 다지며, 정직과 절움 담대함으로 공동체를 이끌고자 했다.

 

고당의 민족관이 오늘날까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당에게 민족의 독립은 단순히 외세를 몰아내는 정치적 사건이 아니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독립의 출발이었다.

 

나라를 되찾더라도 경제가 외부에 종속되고 국민이 배움과 자립의 정신을 잃는다면 온전한 독립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그가 교육에 헌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산학교에서 민족교육에 힘쓴 고당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 곧 나라를 세우는 일이라고 보았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인격과 책임감을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말보다 삶으로 가르쳤던 그의 자세는 교육의 공공성과 교사의 책임이 흔들리는 오늘날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조만식 선생이 전개한 물산장려운동 역시 단순한 국산품 애용 운동이 아니었다. “조선 사람은 조선 사람이 만든 것을 사용하자는 외침에는 우리 산업과 노동, 생활을 우리 힘으로 지켜내겠다는 경제적 자주정신이 담겨 있었다.

 

정치적 주권만큼 경제적 자립이 중요하다는 그의 통찰은 공급망 경쟁과 경제안보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오늘의 국제질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고당의 민족관은 배타적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기 민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다른 민족을 미워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그가 추구한 길이 아니었다.

 

그에게 민족 사랑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공공의 책임에서 출발했다. 기독교적 신앙과 민족의식이 결합된 그의 사상은 정직·절제·봉사라는 생활윤리로 나타났다.

 

지도자의 권위는 지위나 언변이 아니라 깨끗한 삶과 희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그는 권력보다 원칙을 선택했다. 외세의 영향 아래 한반도가 분열되는 현실을 우려했고, 민족의 의사와 자유로운 선택이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생은 정치적 탄압을 받았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타협하면 안전과 지위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는 신념을 버리고 얻는 권력은 민족을 위한 권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창호 조만식.jpg
사진: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이 오두산 통일동산에 세워진 고당 조만식 선생 동상 곁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민족의 자주독립과 통일을 위해 헌신한 고당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향한 뜻을 다졌다.

 

오늘 우리 사회는 이념과 지역, 세대와 계층으로 갈라져 있다. 정치인은 국민보다 진영을 앞세우고, 일부 지도자는 공적 책임보다 개인의 이익과 자리를 지키는 데 몰두한다.

 

애국이라는 말은 넘쳐나지만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절제하고 희생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당의 삶은 우리에게 준엄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말하는 민족과 국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고당의 민족관을 오늘에 계승하는 길은 과거의 구호를 반복하는 데 있지 않다.

 

교육을 바로 세우고, 경제적 자립과 공정한 시장을 강화하며, 지도자가 먼저 정직과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협력하되 국가의 존엄과 실익을 지키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까지 포용하는 성숙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조만식 선생은 큰 목소리보다 올곧은 삶이 더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민족을 사랑한다는 것은 민족의 이름으로 권력을 얻는 일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미래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일이다.

 

오늘 우리가 되살려야 할 고당의 정신은 거창한 영웅주의가 아니다. 바른 것을 바르다고 말하고, 옳다고 믿는 가치를 끝까지 실천하며, 다음 세대가 스스로 설 수 있는 나라를 물려주는 책임이다.

 

그것이 고당 조만식의 민족관이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위대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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