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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칼럼] 권력자는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

  •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 입력 2026.09.0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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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합일보] 권력은 사람을 높은 곳에 세우지만, 역사는 그 사람이 높은 자리에서 무엇을 했는지 냉정하게 기록한다.

 

권좌에 있을 때는 수많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박수를 보내지만, 권력이 사라진 뒤에는 오직 공과(功過)만 남는다.

 

게다가 권력자는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하고, 무엇보다 역사 앞에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덕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북극성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여러 별이 그를 향하는 것과 같다(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衆星共之:위정이덕 비여북신 거기소이중성공지)”고 말했다.

 

지도자가 권력과 명령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덕과 모범으로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권력은 강제할 수 있지만 존경까지 명령할 수는 없다. 법과 제도로 국민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다.

 

지도자가 덕을 잃고 권력을 사유화하면 주변에는 충언하는 사람이 사라지고 아첨하는 사람만 남는다. 그때부터 권력은 국민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지위와 이익을 지키는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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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한국영도력연구소 소장

 

옛말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아무리 강한 권력도 십 년을 넘기기 어렵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 동안 붉게 피어 있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권력의 유한함을 깨닫는 사람은 자리를 떠난 뒤를 생각하지만, 권력에 취한 사람은 지금의 환호가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역사는 권력자의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재임 중에는 업적처럼 포장됐던 일이 훗날 독선으로 평가되기도 하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한 결정이 국민에게 상처를 남긴 잘못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당대의 박수보다 후대의 평가가 더 두려운 이유다.

 

공자는 또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잘못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 과이불개 시위과)”라고 했다. 지도자도 판단을 잘못할 수 있다. 문제는 잘못 그 자체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이다. 권력자가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결정을 밀어붙이면, 개인의 실수는 국가적 손실로 확대된다.

 

지도자의 용기는 무조건 전진하는 데만 있지 않다. 잘못된 길임을 깨달았을 때 멈추고, 국민에게 사과하며, 정책을 바로잡는 것도 큰 용기다. 권력자의 사과는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된다.

 

맹자에는 도를 얻는 사람은 돕는 이가 많고, 도를 잃는 사람은 돕는 이가 적다(得道者多助 失道者寡助:득도자다조, 실도자과조)”는 말이 있다. 권력이 강해서 사람이 모이는 것이 아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길을 걸을 때 진심으로 돕는 사람이 생긴다. 반대로 권력 주변에 사람이 많아 보여도 그들이 이익을 좇아 모인 것이라면, 권력이 끝나는 순간 구름처럼 흩어질 것이다.

 

권력자는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보다 듣기 불편한 말을 가까이해야 한다. 공자는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무조건 같아지려 하지 않고, 소인은 같아지려 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고 했다. 진정한 충성은 지도자의 모든 판단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길에 들어서려 할 때 멈춰 세우는 것이 충성이다.

 

그런데 권력자가 비판을 배신으로 여기고, 다른 의견을 적대시하면 조직은 침묵하게 된다.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권력은 결국 현실과 단절된다. 역사는 무너진 권력의 배후에 언제나 독선과 불통, 그리고 집단적인 침묵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역사는 오늘의 권력자만을 심판하지 않는다. 부당한 명령에 동조한 사람, 잘못을 알고도 침묵한 사람, 권력의 그늘에서 사익을 챙긴 사람도 함께 기록한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행동은 더욱 신중해야 하며, 말 한마디와 결정 하나가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살펴야 한다.

 

권력은 국민이 잠시 맡긴 공적 권한이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지도자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드는 봉사자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데 사용한다면, 그것은 권력의 본질을 배반하는 일이다.

 

오늘의 권력은 반드시 내일의 역사가 된다. 권좌는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고, 박수는 멎지만 평가는 계속된다. 그러므로 권력자는 자신을 높이는 사람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일깨워 주는 사람을 가까이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역사의 주인이 아니라 역사의 평가를 받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권력이 강할수록 자세는 낮아야 하고, 책임이 무거울수록 말과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역사를 경외하는 지도자만이 권력을 명예롭게 사용할 수 있다.

 

권력은 잠시 머물다 가지만 역사는 오래 남는다. 권력자가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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