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한국영도력연구소 대표·한중연합일보 발행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정치권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990년생의 젊은 정치인, 재선 국회의원, 일하는 어머니라는 상징성은 분명 신선하다.
세대교체와 정치적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무위원 후보자의 자격은 나이나 상징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국민이 확인해야 할 핵심은 공직에 대한 책임감과 정책 전문성, 그리고 이해충돌을 스스로 경계하는 정치적 윤리다.
현재 논란의 본질은 용 후보자의 나이도, 성별도, 소속 정당도 아니다.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느냐는 문제다.
현행 헌법과 법률은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을 허용한다.
따라서 겸직 자체를 불법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정치적으로도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공직자의 판단에는 법률의 최저선보다 높은 책임과 도덕적 무게가 요구된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 의원과 성격이 다르다. 개인에게 직접 부여된 지역 대표권이라기보다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지지를 일정한 순번에 따라 맡은 자리다.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면 의석은 사라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다음 순번 후보자에게 승계된다.
입각하는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내려놓는 관행은 한 사람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다른 후보자에게 봉사의 기회를 돌려준다는 의미가 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된다는 현실을 고려해 달라고 설명했다.
소수정당이 처한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구조 속에서 작은 정당이 원내 기반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기본소득당을 대표하거나 보호하는 자리가 아니다.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피해자, 위기 청소년, 한부모가족과 다문화가족 등 국가의 보호가 절실한 국민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이다.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소속 정당의 유일한 의석과 원내 지위까지 지켜야 한다면 국정과 당무 사이에서 정치적 이해가 충돌할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정당의 원내 존립과 국고보조금 문제가 의원직 유지의 실질적 이유로 거론된다면 국민은 묻게 된다.
장관직 수락이 국민을 위한 결단인가, 아니면 당의 생존과 정치적 영향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선택인가.
이에 대해 후보자는 불편하더라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거나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태도로는 국민의 의문을 해소할 수 없다.
장관 후보자는 지명되는 순간부터 국민의 검증을 받는 '공적 인물'이다.
정책 역량 역시 상징성 뒤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성평등가족부는 정치적 구호만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부처가 아니다.
범죄 피해자 보호, 가족 해체와 돌봄 위기, 저출생, 청소년 안전 등 복잡한 현안을 다뤄야 한다.
용 후보자가 관련 정책에 어떤 철학과 구체적인 실행 능력을 갖추었는지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젊다는 이유로 검증 기준을 낮추는 것은 청년 정치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또 다른 특혜가 될 수 있다.
용 후보자는 이제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국민 전체를 책임지겠다면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합당하다.
기본소득당의 원내 지위와 의원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장관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공직은 개인이나 정당의 정치적 자산을 늘리는 전리품이 아니다. 하나의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려면 때로는 다른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법적으로 두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논리보다 국민 앞에서 어떤 선택이 떳떳한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세대의 정치는 권력을 더 많이 갖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내려놓아야 할 때 먼저 내려놓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용혜인 후보자가 보여줘야 할 것도 바로 그 책임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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