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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결핍의 심연에 침잠하는 인간, 그 고통의 무게를 견디는 법

  •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 입력 2026.04.1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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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합일보이창호 칼럼니스트] "인생은 결핍(缺失)의 기록이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인간의 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채워지지 않는 구멍을 메우려는 처절한 몸부림의 연속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공기는 사뭇 무겁다.

 

물질적 풍요가 정점에 달했다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역설적이게도 현대인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깊은 '결핍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결핍이 크면 클수록 삶이 어렵고 힘들다는 이 자명한 명제는, 이제 개인의 심리적 고통을 넘어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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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생존을 위협하는 근원적 공포

 

결핍은 단순히 '부족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부재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 공동(空洞)이다.

 

경제적 빈곤, 정서적 고갈, 관계의 단절 등 결핍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그 뿌리는 하나로 통한다. 바로 '안전망의 부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타인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거나, 내일의 생계를 기약할 수 없는 경제적 궁핍에 몰릴 때 인간의 뇌는 이를 물리적 통증과 동일한 층위의 비상사태로 인식한다.

 

결핍이 커질수록 인간의 시야는 좁아진다. 당장의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미래를 설계할 여력을 잃게 되는 '터널 시야(Tunnel Vision)' 현상이 발생한다.

 

오늘을 버티는 것이 전쟁인 이들에게 '내일'이나 '성장' 같은 단어는 사치에 불과하다.

 

결국 결핍은 인간을 현재라는 감옥에 가두고,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비교의 덫, 가공된 결핍이 주는 고통

 

주목해야 할 점은 현대의 결핍이 과거의 '절대적 빈곤'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생산되는 '상대적 결핍'이다. SNS의 화려한 이미지 속에서 자신의 일상을 투영하며 느끼는 박탈감은 실재하는 굶주림만큼이나 고통스럽다.

 

"남들은 모두 가진 것 같은데 나만 없다"는 인식은 인간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이러한 가공된 결핍은 인간을 끝없는 경쟁으로 내몬다. 남보다 더 많이 가져야만 안심할 수 있는 '불안의 질주'는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결핍의 크기는 곧 욕망의 크기와 비례하며, 그 간극이 벌어질수록 삶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다.

 

현대인이 느끼는 피로감의 정체는 육체적 노동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메우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심리적 소진이다.

 

결핍의 역설... 고통인가, 동력인가

 

물론 인류 역사는 결핍을 극복하려는 의지 속에서 진보해 왔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집을 짓고, 배고픔을 잊기 위해 농경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결핍이 '관리 가능한 수준'일 때의 이야기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거대한 결핍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한다.

 

삶이 힘들고 어렵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지워진 결핍의 짐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립된 개인이 스스로의 결핍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삶은 축복이 아닌 형벌이 된다.

 

결핍의 무게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인간은 냉소(Cynicism)에 빠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우울증의 확산과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결과물이다.

 

삶의 무게를 줄이는 지혜, '자족''연대'

 

결핍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길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는 내면의 단단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외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정립하는 '자족(自足)'의 미학이 절실하다.

 

내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냉철하게 구분하고, 결핍 자체를 삶의 일부로 수용할 때 비로소 고통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둘째는 사회적 연대의 강화다.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결핍, 특히 주거나 교육, 의료와 같은 생존권적 결핍은 공동체가 나누어 짊어져야 한다.

 

'나 혼자 잘 사는 삶'이 아니라 '함께 버티는 삶'이 가능할 때, 개인의 결핍은 더 이상 절망의 낭떠러지가 되지 않는다.

 

인간의 삶에서 결핍을 완전히 소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핍이 삶을 파괴할 정도로 거대해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결핍의 크기가 삶의 고통을 결정한다면, 우리는 그 크기를 줄이기 위한 개인적 성찰과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고통의 심연 속에서도 인간의 품격을 잃지 않는 법, 그것은 결국 내 안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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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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