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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합일보/칼럼] 함께 걷는 길, 그 시적 은유가 지닌 외교적 무게

  • 이강문 기자 기자
  • 입력 2026.04.2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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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가정의 질서가 국가와 기업의 번영을 결정짓는 법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혁신의 길이다

 

[한중연합일보] 이창호 작사(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가의 노랫말 함께 걷는 길을 음미하고 있노라면, ·중 수교 30여 년의 궤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강의 아침 햇살과 황하의 바람이 한 호흡 속에 녹아드는 이 가사는 단순한 친선 교류의 구호를 넘어, 두 문명이 서로를 향해 던지는 근원적 질문을 담고 있다.

 

특히 긴 시간 벽 넘어 손 내밀면 낯선 거리도 가까워지네라는 대목은 이데올로기의 장벽이 무너진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문화적·정서적 간극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한다.

 

우리는 흔히 한·중 관계를 말할 때 경제적 상호의존성이나 전략적 이해관계라는 렌즈부터 들이댄다.

 

한중1.png

 

게다가 교역 규모 3,000억 달러 시대, 상호 투자와 인적 교류의 양적 팽창은 분명 놀랍다.

 

그러나 이 노래는 그런 거시 담론의 빈틈을 파고든다. “다른 말 다른 길 걸어왔지만 마음의 온기 닮아 있었네라는 소절은 유교적 정서와 공동체 의식이라는 두 사회의 심층 문법을 정확히 짚어낸다.

 

표면적 차이 이면에 흐르는 정서적 동질성에 대한 이 통찰은, 냉전의 유산과 민족주의의 파고 속에서도 끊이지 않았던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교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노랫말이 진정 탁월한 지점은 낙관적 전망에 안주하지 않는 균형 감각에 있다. “역사 속에 우리가 있네라는 행은 1992년 수교 이전의 긴 단절과 굴곡진 과거사를 동시에 환기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한한령(限韓令)의 그림자 같은 첨예한 기억들을 덮어두자는 식의 망각의 미학이 아니다.

 

오히려 작사가는 기쁨과 아픔 함께 나눈 시간속에서 진정한 우정이 자란다고 노래함으로써, 갈등의 경험마저 양국 관계의 내구성을 키우는 성숙의 자양분으로 승화시킨다.

 

이는 과거에 대한 성찰 없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냉철한 인식에서 비롯된 시적 결단으로 읽힌다.

 

너와 나 두 나라 이야기 하늘 아래 하나 된 꿈이라는 후렴구는 동아시아 공동체 담론이 흔히 빠지기 쉬운 추상적 이상주의의 함정을 절묘하게 회피한다.

 

여기서 하나 됨은 동화나 흡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의 노래 귀 기울이며 다름 속에서 빛을 찾네라는 구절은 마치 외교 협상장의 신뢰구축 조치처럼,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진정한 협력이 시작된다는 점을 설파한다.

 

이는 음악적 측면에서도 두드러진다. 전통 5음계에 기반한 서정적 선율은 동아시아적 정서를 공유하지만, 3연음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리듬 패턴은 한국 대중가요의 현대적 감수성을 잃지 않는다.

 

마치 한·중 관계처럼, 같은 뿌리에서 자랐지만 서로 다른 가지를 뻗어온 두 문화의 현주소를 음악 그 자체로 형상화하고 있는 셈이다.

 

상업적 가요 시장에서 이런 소재가 설 자리는 좁다. 그럼에도 이 노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속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딜레마가 극에 달한 지금, 시민들의 일상적 교류야말로 외교의 최후 보루라는 절박한 민간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일 터다.

 

수치로 말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정서적 자산에 대한 헌사인 셈이다.

 

중국 저장성에서 한국 유학생이 택시 기사와 나눈 따뜻한 대화, 베이징 왕징의 한식당에서 마주한 현지인들의 진심 어린 호감 같은 미시적 풍경들이 바로 작은 미소로 이어진 인연인 것이다.

 

노랫말의 후반부는 미래 세대를 향한 약속으로 수렴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위해 함께 걷는 걸음 멈추지 않네라는 결구는 어쩌면 진부할 수 있다.

 

그러나 동북아 평화라는 결코 만만치 않은 목표 앞에서 진부함이 오히려 미덕일 수 있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걷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집단적 다짐이기 때문이다.

 

·중 관계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이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걸음에 달려 있다.

 

이창호의 이 가사는 수교 당시 우리가 가졌던 설렘의 원형을 현재로 소환하는 동시에, 무수한 장벽을 넘어톤 손과 손의 기억을 환기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직 같은 길 위에 서 있는가.

 

 

함께 걷는 길 (·중의 노래)

 

이창호

 

한강 물결 비친 아침 햇살

황하 바람 꿈이 흘러가네

다른 말 다른 길 걸어왔지만

마음의 온기 닮아 있었네

 

차 한 잔에 담긴 이야기처럼

역사 속에 우리가 있네

기쁨과 아픔 함께 나눈 시간

진짜 우정 그 속에 자라네

 

긴 시간 벽 넘어 손 내밀면

낯선 거리도 가까워지네

작은 미소로 이어진 인연

우린 이미 같은 길 서 있네

 

너와 나 두 나라 이야기

하늘 아래 하나 된 꿈

손 잡고 미래 향해 가면

우린 큰 세상 되리라

 

서로의 노래 귀 기울이며

다름 속에서 빛을 찾네

오늘보다 나은 내일 위해

함께 걷는 걸음 멈추지 않네

 

 

긴 시간 벽 넘어 손 내밀면

낯선 거리도 가까워지네

작은 미소로 이어진 인연

우린 이미 같은 길 서 있네

 

너와 나 두 나라 이야기

하늘 아래 하나 된 꿈

손 잡고 미래 향해 가면

우린 큰 세상 되리라

 

 

이창호 붉은.jpg
▲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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