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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칼럼] 중국 APEC, 한중관계의 새 항로를 열어야 한다

  •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 입력 2026.08.1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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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은 길을 만들고 연결성은 신뢰를 쌓는다… 혁신을 넘어 공동발전으로 가는 한중 협력의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한중연합일보 이창호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2026년 아시아·태평양의 시선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을 맡았다. 세계 경제가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경쟁, ·중 전략경쟁이라는 복합적인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이번 중국 APEC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특히 주목할 화두는 무역·연결성·혁신·발전이다. 이 네 가지는 각각 독립된 의제가 아니라 하나의 선순환 구조다. 무역이 공동이익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라면 연결성은 사람과 시장을 잇는 통로다. 혁신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발전은 그 성과를 국민과 지역이 함께 누리도록 하는 최종 목적지다. 향후 한중관계도 이 네 축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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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무역의 질을 바꿔야 한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관계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경제였다. 양국은 교역 확대와 산업 분업을 통해 서로의 성장을 활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양국 기업은 여러 첨단산업에서 협력자이자 경쟁자가 됐다.

 

따라서 과거의 교역 규모만으로 한중 경제관계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공급망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통상 갈등을 관리하며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협력을 고도화해야 한다. ‘얼마나 많이 거래하느냐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함께 성장하느냐로 무역의 기준을 바꿀 때다.

 

둘째, 연결성을 복원해야 한다.

 

국가 간 관계는 정상회담과 외교문서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도시와 도시가 교류하며 대학·기업·언론·문화예술계가 서로 연결될 때 관계는 비로소 뿌리를 내린다.

 

특히 중앙정부 중심의 한중교류에서 벗어나 지방정부 간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관광과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고 청소년·대학생 교류, 대학간 공동연구와 기업 협력을 촘촘하게 연결해야 한다.

 

정치적 기류가 흔들릴 때에도 민간의 연결망이 유지된다면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기반은 남는다. 외교에서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접촉과 교류가 신뢰를 축적한다.

 

셋째, 혁신에서 새로운 협력 공간을 찾아야 한다.

 

AI, 바이오, 디지털경제, 친환경에너지, 스마트시티와 생태 문명은 이미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한중 양국도 이러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렇다고 모든 첨단산업을 경쟁의 영역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민감한 분야에서는 원칙을 지키되, 기후변화·고령화·보건·친환경 산업과 같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경쟁은 관리하고 협력은 발굴하는 정교함이 필요하다. 이것이 앞으로의 한중 기술협력이 가져야 할 현실적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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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 저자.

 

넷째, 협력의 성과를 공동 발전으로 연결해야 한다.

 

무역이 늘어나고 기술협력이 확대되더라도 국민이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관계가 되기 어렵다. 양국의 협력은 기업의 이익을 넘어 일자리와 지역경제, 청년의 기회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저출생·고령화, 기후변화, 지역격차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라는 공통의 숙제를 안고 있다. 서로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 해법을 만들어간다면 한중 협력은 양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중 전략경쟁과 경제안보 갈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는 어느 때보다 정교한 국익 외교가 요구된다. 한미동맹을 굳건한 외교·안보의 기반으로 유지하면서 중국과 필요한 경제·문화·인적 협력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적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한중관계를 단순히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양자택일로 바라보는 것은 한국 외교의 공간을 스스로 좁히는 일이다. 우리의 기준은 대한민국의 국익이어야 하며 동시에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이어야 한다.

 

2026년 중국 APEC은 이러한 새로운 한중 협력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은 수동적인 참가자가 아니라 협력 의제를 제안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

 

무역은 공동이익의 길을 만들고, 연결성은 신뢰의 다리를 놓는다. 혁신은 미래의 성장동력을 만들며, 발전은 그 성과를 다음 세대에 돌려준다.

 

한중관계에는 앞으로도 파도가 있을 것이다. 외교의 능력은 파도가 없는 바다를 기다리는 데 있지 않다. 파도가 올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항로를 만드는 데 있다.

 

중국 APEC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이 무역에서 연결성으로, 연결성에서 혁신으로, 혁신에서 공동발전으로이어지는 새로운 협력의 항로를 열어야 한다. 그것이 수교 30년을 넘어 미래 30, 60, 90년의 한중관계를 준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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