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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합일보] 흙, 인공지능을 넘어 생명을 빚다, 신소재로 진화하는 도자재료의 지평

  • 김지윤 한중문화칼럼니스트 기자
  • 입력 2026.01.03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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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물관의 유물에서 신체의 일부로, 세라믹이 써 내려가는 포스트-아날로그 연대기

[한중연합일보 김지윤 한중문화칼럼니스트] 흙을 구워 기물을 만드는 도자(陶瓷)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하이테크였다. 불의 온도를 제어하고 물질의 성질을 바꾸는 장인의 손길은 문명의 척도였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도자기는 오랫동안 박물관의 유리창 너머에 박제된 유물이거나, 식탁 위를 수놓는 정적인 소품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 도자는 그 고정된 틀을 깨고 나와 인류의 미래를 지탱하는 핵심 신소재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제 세라믹은 단순히 아름다운 그릇을 넘어, 인간의 뼈를 대신하고 우주선의 방열판이 되며, 가장 정밀한 의료 기기의 심장부로 파고들고 있다.

 

세라믹, 생체 친화적 마법의 영토를 개척하다

 

가장 비약적인 도약이 이루어지는 곳은 인간의 몸속이다. ‘바이오 세라믹(Bio-Ceramics)’으로 불리는 이 신소재는 금속이 가질 수 없는 독보적인 장점을 지닌다.

 

흙1.png

 

과거 임플란트나 인공 관절의 주역은 티타늄을 비롯한 금속재료였다. 그러나 금속은 체내 부식의 위험과 알레르기 반응, 그리고 주변 조직과의 이질감이라는 숙명을 안고 있었다.

 

여기서 도자 재료의 혁신적 변신인 지르코니아(Zirconia)’가 등장한다. ‘세라믹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지르코니아는 도자기 특유의 심미성에 금속에 버금가는 강도를 결합한 결정체다. 치과용 임플란트 재료로서 지르코니아는 혁명에 가깝다.

 

치아와 거의 흡사한 투명도와 색상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플라크가 덜 끼고 잇몸 조직과의 친화력이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금속처럼 부식되거나 차갑고 뜨거운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흙에서 온 재료가 인간의 잇몸과 생물학적 악수를 나누며 신체의 일부로 동화되는 과정은, 리처드 세넷이 말한 물질과의 대화가 과학의 영역에서 실현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하이데거의 탈은폐와 현대 소재 공학의 만남

 

마르틴 하이데거는 기술의 본질이 무언가를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던 본질을 드러내는 탈은폐에 있다고 보았다. 현대의 세라믹 공학은 흙(규소, 알루미늄 등) 속에 숨겨진 극한의 성질을 탈은폐하는 과정이다.

 

전통적인 도자기가 깨지기 쉬운 취성(Brittleness)’을 숙명으로 여겼다면, 현대의 신소재 도자는 나노 구조 제어를 통해 금속보다 단단하면서도 탄성을 가진 파인 세라믹(Fine Ceramics)’으로 거듭났다.

 

이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부품부터 우주항공 분야의 내열 소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쓰인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정작 그 기계들의 정밀도를 유지하고 열을 식히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재료인 세라믹의 몫이다.

 

하이데거가 우려했던 몰아세움의 기술 시대에, 세라믹은 기술을 지탱하는 동시에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는 근원적 물질로서 다시금 그 존재론적 지위를 회복하고 있다.

 

장인 정신과 첨단 공학의 공존, 세넷의 관점으로 본 신소재

 

리처드 세넷은 장인의 가치가 숙련물질에 대한 경외에 있다고 역설했다. 신소재 도자 재료를 다루는 공학자들 역시 현대판 장인들이다.

 

임플란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나노 단위의 입자를 배열하고 가마(소성로)의 온도를 0.1도 단위로 제어하는 과정은, 과거 도공들이 가마 앞에서 밤을 지새우며 불의 결을 읽던 모습과 닮아 있다.

 

세넷이 강조한 손과 머리의 통합은 신소재 개발 현장에서 더욱 절실해진다. 수식과 이론(머리)만으로는 물질의 변덕을 다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실험하고 실패하며 흙의 물성을 몸으로 익힌 현장 장인들의 감각이 결합될 때 비로소 생체 이식용 인공 뼈와 같은 고난도의 세라믹 소재가 탄생한다. , 첨단 의료 기술의 혜택 이면에는 물질과 끈질기게 대화해온 인간의 공예적 끈기가 녹아 있는 셈이다.

 

도자기 작품.jpg

 

지속 가능한 미래를 빚는 도자의 미학

 

신소재로서의 도자는 환경 윤리 측면에서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플라스틱과 합성수지가 생태계를 위협하는 오늘날, 규산염 등 자연에서 온 무기물질인 세라믹은 가장 친환경적인 대안 중 하나다.

 

체내에 들어가도 무해하며, 폐기 시에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성질은 공예가 지향해야 할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와 궤를 같이한다.

 

대한기자신문이 주목해온 노동과 생명의 가치는 이제 이 첨단 도자 소재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도예가는 이제 식탁 위의 그릇을 넘어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생명 공예가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한다.

 

요컨대, 중국 하북미술대학과 같은 교육 현장에서도 전통적인 조형 미학을 넘어, 이러한 재료 공학적 다양성을 개인 브랜딩의 핵심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내 그릇은 누군가의 식탁 위에 놓이지만, 내 세라믹 기술은 누군가의 잇몸 속에서 생명을 지탱한다"는 자부심이야말로 AI 시대의 공예가가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다시, 대지의 지혜로

 

결국 흙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그 흙을 바라보고 다루는 인간의 시각과 기술의 깊이다. 인공지능이 무형의 정보를 처리할 때, 신소재 도자는 유형의 신체를 치유하고 물리적 세계의 한계를 돌파한다.

 

하이데거가 염원했던 존재의 진리와 세넷이 찬양했던 장인의 노동은, 이제 임플란트의 매끄러운 곡선과 반도체의 정밀한 기판 위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다. 도자는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인간의 가장 내밀한 신체 부위부터 광활한 우주까지 연결하는, 인류 문명의 가장 오래된 미래다. 흙을 만지는 손길이 멈추지 않는 한,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장인 정신의 윤리가 살아있는 한, 신소재로서의 도자는 인류의 삶을 더욱 단단하고 아름답게 빚어낼 것이다.

 

글: 中 허베이미술대학교 조소,공공예술대 교수, 디자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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