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중칼럼] 불과 흙의 우연성이 빚어낼 22세기 미학... 라꾸(Raku) 소성 기법의 미래적 변용

  • 김지윤 한중문화칼럼니스트 기자
  • 입력 2026.01.19 09:54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전통적 라꾸 기법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2200년 도자 예술의 신지평

순간을 포착하는 흙의 철학

 

[한중연합일보 김지윤 한중칼럼니스트] 도자 예술의 역사는 통제와 비통제의 끊임없는 변주곡이었다. 그중에서도 16세기 일본에서 발현된 라꾸(, Raku) 소성 기법은 가마의 온도가 정점에 달했을 때 기물을 꺼내 급냉시키거나 톱밥 속에 넣어 환원시키는, '찰나의 우연'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혁신이었다.

 

 

KakaoTalk_20260119_094639402_01.jpg
사진: 라꾸(樂, Raku) 소성 기법(전장배 作) /필자 제공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21세기의 기술적 정교함을 넘어, 서기 2200년의 도자 문화는 역설적으로 이 불완전한 아름다움에 다시 주목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라꾸 소성이 지닌 즉흥성과 비정형성이 미래의 첨단 소재 및 환경과 결합하여 어떻게 독자적인 미학 체계를 구축할지 고찰하고자 한다.

 

기술적 융합, 나노 유약과 대기 제어 소성

 

2200년의 라꾸는 단순히 나무통과 톱밥에 의존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대기 중의 산소 농도와 냉각 속도를 마이크로 초 단위로 계산하는 정밀 비정형 소성(Precision Imprecision)’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 나노 변색 유약: 고온의 가마에서 꺼내진 도자기가 대기와 접촉하는 순간, 나노 입자들이 반응하여 홀로그램과 같은 다차원적 색상을 구현한다. 이는 과거의 금속성 광택(Luster)을 넘어선 시각적 혁명이다.

 

*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 소성: 미래의 라꾸는 화석 연료 대신 수소 에너지와 포집된 탄소를 활용한 환원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예술적 성취와 지구 환경의 공존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KakaoTalk_20260119_094639402.jpg
사진: 라꾸(樂, Raku) 소성 기법(전장배 作) /필자 제공

 

미학적 변천: 와비사비(Wabi-Sabi)의 디지털 전이

 

미래 도자기의 핵심 가치는 완벽한 인공에 대한 피로감에서 오는 **‘유기적 결함’**에 있다. 모든 것이 3D 프린팅으로 정교하게 복제되는 세상에서, 라꾸 기법 특유의 균열(Crack)과 그을음은 복제가 불가능한 고유의 데이터가 된다.

 

"2200년의 도자는 단순히 형태를 빚는 것이 아니라, 불과 흙이 만나는 '사건(Event)'을 기록하는 매체가 될 것이다."

 

이러한 미학은 '디지털 와비사비'로 명명될 수 있다. 인위적인 디자인을 배제하고, 소재 스스로가 열충격을 견디며 만들어낸 무늬는 초고도화된 미래 사회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명상의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사회적 기능, 공감과 치유의 매개체

 

미래 도예가들은 단순한 제작자를 넘어 '물성(Matters)의 연출가'로 거듭난다. 라꾸 소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렬한 에너지의 변화는 퍼포먼스 아트로서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며, 관객들은 기물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검게 변하며 생명력을 얻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체감한다.

 

특히, 2200년의 주거 공간은 미니멀리즘을 넘어선 정신적 여백을 지향하게 되는데, 이때 라꾸 도자기는 공간의 기운을 다스리는 핵심적인 오브제로 자리 잡을 것이다. 거친 질감과 매끄러운 유약의 대비는 촉각적 소통이 결여된 미래인들에게 본질적인 접촉의 기쁨을 제공한다.

 

 

KakaoTalk_20260119_094639402_02.jpg
사진: 라꾸(樂, Raku) 소성 기법(전장배 作) /필자 제공

 

불멸의 흙, 가변의 미학

 

도자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합성 물질이자, 가장 미래적인 매체다. 라꾸 소성 기법이 지닌 우연의 수용이라는 철학은 2200년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며, 오히려 기술의 정점에서 인간의 손맛과 자연의 변덕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김지윤교수.jpg
글/사진: 中 허베이미술대학교 조소, 공공예술학원 교수, 디자인학 박사

 

결국 미래의 도자 예술은 무엇을 만드느냐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그 흔적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라꾸에서 찾게 될 것이다.

 

불 속에서 건져 올려진 한 점의 기물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창의성과 자연의 거대함이 만나는 지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 한중연합일보(韓中聯合日報) & kcu.news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이창호 칼럼] AI 시대, 한중 예술문화의 새 문을 열자
  • [한중연합일보] 용혜인 의원, 장관직과 의원직 중 하나를 선택하라
  • [한중연합일보] 안중근의 동양평화와 한중일 경제공동체
  • 대한기자신문 추천도서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
  • [한중연합일보] 분홍 모란 두 송이, 한중의 마음을 잇다
  • [이창호칼럼] 끼와 감각은 학습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 [한중연합일보] 징더진 (景德镇),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성공…중국 세계유산 61건으로 늘어
  •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 국회 개최…
  • [한중연합일보] 中명나라 친왕릉의 시작을 만나다… 명(明) 노왕릉(魯王陵) 탐방
  • [한중연합일보] 화환 대신 시민, 의전 대신 현장… 김상욱 울산시장의 첫날이 던진 메시지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한중칼럼] 불과 흙의 우연성이 빚어낼 22세기 미학... 라꾸(Raku) 소성 기법의 미래적 변용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