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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합일보] 경청하는 사람이 결국 사람을 얻는다

  • 이정대 기자
  • 입력 2026.06.27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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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학적 소양은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귀 기울이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한중연합일보 이정대 기자] 우리는 걷다가 문득 발길을 멈추게 하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화려하지도, 길지도 않지만 때로는 마음을 흔드는 말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무기는 입이 아니라 귀다." 짧은 이 한마디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잊고 있는 소통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흔히 말을 잘하는 사람을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토론을 잘하고, 설득력이 뛰어나며, 유창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인문학은 조금 다른 답을 내놓는다. 사람의 마음은 말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들어주는 태도에서 열린다고 말한다.

 

고대 철학자들도 '경청'을 인간관계의 첫 번째 덕목으로 꼽았다.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일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가장 깊은 존중이다.

 

사람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신뢰를 느끼고,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관계는 단단해진다.

 

오늘날 우리는 말은 많지만 경청은 부족한 시대를 살아간다. 회의에서도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 반박할 논리를 먼저 준비하고, 대화에서도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디지털 환경은 소통의 속도를 높였지만, 상대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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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소양은 지식을 많이 아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을 이해하고,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자신의 판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성숙함에 있다.

 

그런 사람은 말보다 귀를 먼저 연다. 듣는 과정에서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숨은 가능성을 발견하며, 함께 성장할 길을 찾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리더는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듣는 사람이다.

 

구성원의 작은 목소리까지 귀담아듣는 리더에게는 신뢰가 쌓이고, 그 신뢰는 위기의 순간 조직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반대로 듣지 않는 리더는 결국 사람을 잃고, 사람을 잃은 조직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가정에서도 경청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때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배운다.

 

부부도 서로의 말을 진심으로 들을 때 갈등은 줄고 이해는 깊어진다.

 

친구와 이웃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조언보다 공감을, 충고보다 진심 어린 경청을 더 오래 기억한다.

 

대한민국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성장의 속도만큼 '관계의 격'도 높여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경제력은 숫자로 평가할 수 있지만, 사회의 품격은 얼마나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는가에 달려 있다.

 

귀를 여는 사회는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키우며,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산길에 걸린 작은 문구는 우리에게 큰 질문을 던진다. 나는 오늘 얼마나 많이 말했는가보다, 얼마나 진심으로 들었는가를 돌아보라고 말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따뜻한 경청에서 시작된다.

 

결국 인문학은 사람을 사랑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첫걸음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일이다.

 

귀를 여는 사람은 마음을 얻고, 마음을 얻는 사람은 신뢰를 얻는다.

 

신뢰를 얻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이며, 오래 기억되는 인격자다.

 

 

말이 세상을 바꾸는 것 같지만, 그 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한 사람의 겸손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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